조선일보 통영=장민석 기자 jordantic@chosun.com
입력시간 : 2007.05.31 09:23

▲ 허민호는“박태환 덕 분에 수영의 인기가 올라간 것처럼 철인3종의 인기를 높이는 선수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통영시 제공)
“인터뷰는 처음이라….” 까까머리 학생이 쑥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악수를 청했다. 굳은살이 가득한 손바닥이 부끄러운지 씩 웃는다. 그에겐 ‘한국 철인 3종(트라이애슬론)의 희망’이라는 거창한 수식어가 따라다닌다.

허민호(17·당진 합덕산업고 2년). 1m75의 크지 않은 체격이지만 별명은 ‘괴물’이다. 그는 지난해 10월 전국체육대회에서 1시간52분48초의 기록으로 금메달을 따냈다. 16세 나이에 20·30대 국가대표 선수들을 모두 제친 것. 허민호는 이때 올림픽코스(수영 1.5㎞, 사이클 45㎞, 달리기 10㎞)를 처음 소화했다. 나이가 어린 탓에 주니어 코스(수영 0.75㎞, 사이클 20㎞, 달리기 5㎞)만 출전했던 그의 잠재력이 드러난 순간이었다.

허민호는 지난해 9월 스위스 로잔에서 열린 세계선수권 주니어(16~19세) 부문에서 104명 중 20위에 올랐다. 1~30위의 실력 차가 거의 없는 종목임을 감안하면 첫 출전에 대단한 성적을 거둔 것이다. 최연소였던 그는 2005년 우승자도 제쳤다.

“민호는 늘 또래보다 앞서갔죠.” 13년째 허민호를 지도하고 있는 곽경호(40) 감독의 말처럼 그는 어릴 때부터 1등에 익숙했다. 다섯 살 때 엄마 손을 잡고 간 동네 스포츠센터에서 철인 3종에 ‘꽂힌’ 그는 어린이 철인 3종 교실을 지도하던 곽 감독의 눈에 띄었다.

고비도 있었다. 온 국민이 월드컵에 열광했던 2002년 허민호는 축구 선수가 되고 싶어 학교를 옮겼다가 6개월 만에 곽 감독을 다시 찾았다. “처음 몇 달은 축구가 재미있었는데, 철인 3종 생각이 계속 나더라고요. 누군가를 제치며 앞으로 나가는 짜릿함이 축구엔 없잖아요.”

곽 감독은 “민호는 철인 3종에 필요한 근지구력, 심폐지구력, 기술 등을 고루 갖췄다. 특히 기술을 습득하는 속도는 놀라울 정도”라고 말했다. 심폐지구력은 육상 장거리 선수로 뛰었던 아버지 영향을 받았고, 어린 시절 운동을 시작해 철인 3종에 필요한 근육도 일찍 만들 수 있었다.

허민호의 하루 일과는 단순하다. 매일 오전 6시20분 서울 집에서 당진행 버스를 타고 등교한다. 오전 수업을 마치지 못할 때도 많다. 수영, 사이클, 달리기를 다 소화하려면 하루는 빠듯한 시간이지만 힘든 것도 몰랐다. “철인 3종은 정직한 종목이에요. 훈련한 만큼 결과가 나오니까 신이 나요.” 2012 런던올림픽 금메달이 허민호의 목표다.

눈앞에 31일 경남 통영에서 시작되는 제16회 아시아트라이애슬론선수권대회(18개국 2000명 참가)가 있다. 허민호의 목표는 물론 주니어 부문 우승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