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올림픽 금메달 딸래요”
[내일의 스타] <2> ‘철인 3종’ 허민호
5세 입문 · 16세 국내 평정 · 다음 목표는?
장민석 기자 jordantic@chosun.com
입력시간 : 2007.12.10 00:23
기말고사를 치르고 오는 길이라고 했다. “잘 봤냐”는 물음에 대답 대신 멋쩍은 웃음 소리만 들려온다. 여드름이 송송 난 얼굴이 소녀 그룹 ‘원더걸스’ 얘기가 나오자 살짝 빨개졌다.
짧은 머리에 책가방을 멘 모습이 영락없는 열일곱 살이지만 허민호(합덕제철고)에겐 ‘한국 철인 3종(트라이애슬론)의 희망’이란 수식어가 따라붙는다. 1m74, 58㎏의 가냘픈 체격에도 별명은 ‘괴물’. 허민호는 지난해 전국체전에서 16세의 나이로 성인 국가대표 선수들을 제치고 금메달을 목에 걸며 세상을 놀라게 했다. 6월 경남 통영에서 펼쳐진 아시아선수권에선 당당히 주니어(16~19세) 정상에 올랐다.
그 기세로 8월 독일 함부르크에서 열린 세계선수권 주니어 코스(수영 0.75㎞, 사이클 20㎞, 달리기 5㎞)에 도전했다. 허민호는 지난해 세계선수권(스위스 로잔)에서 최연소 선수로 20위에 오르는 선전을 펼쳤다. 하지만 이번 대회 결과는 중도 포기. 허민호는 경기 도중 사이클 부품의 나사가 빠지며 더 이상 레이스를 진행할 수 없었다. “경기 후 펑펑 울었다”는 허민호는 “덕분에 운동에 더 열심히 매달리게 됐다”고 했다.
다섯 살 때 엄마 손을 잡고 나간 동네 스포츠 센터에서 철인3종과 처음 인연을 맺었다. 13년째 허민호를 지도하고 있는 곽경호 감독은 “육상 선수 출신의 아버지 때문인지 민호는 운동을 시작할 때부터 1등을 놓치지 않던 특별한 아이였다”고 말했다.
한눈 한번 팔지 않던 허민호에게 위기가 온 것은 2002년. 한국의 월드컵 4강 신화에 들뜬 허민호는 축구 선수가 되고 싶어 학교까지 옮겼지만 4개월을 넘기지 못하고 다시 돌아왔다. “운동을 다시 하게 해달라”며 곽 감독 앞에서 눈물을 뚝뚝 흘렸던 허민호는 이후 한국 철인 3종의 기대주로 착실히 성장했다.
18세가 되는 2008년은 의미 있는 해다. 내년부터 올림픽 코스(수영 1.5㎞, 사이클 40㎞, 달리기 10㎞)에서 뛸 수 있는 허민호는 4월 아시아선수권에서 정상에 오르면 한국 선수 최초로 올림픽 무대에 서게 된다. 하지만 조급해 하지는 않을 생각. “우선 주니어 코스에서 세계 정상에 한번 서고 싶어요. 주니어를 제패한 후 2010 아시안게임, 2012 올림픽 금메달에 차례로 도전할 생각입니다.”
대청중학교 1년 선배 박태환의 존재가 허민호에겐 큰 자극이 된다. 수영 하면 박태환이 떠오르듯, 자신의 이름이 철인 3종의 대명사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곽경호 감독은 “지금의 성장세라면 민호는 충분히 세계 최고 수준에 올라설 수 있다”고 말했다.
매일 반복되는 7~8시간의 훈련. 교실에 앉아 공부하는 학교 친구들이 부럽지 않으냐고 묻자, 단호하게 “내 길이 있는데 부러울 게 없다”고 했다. “가끔씩 올림픽 시상대 맨 꼭대기에 올라 금메달을 목에 거는 상상을 하곤 해요. 그러면 막 소름이 돋아요.” 말하는 도중에도 세계 정상에 선 자신을 떠올렸는지 허민호의 표정이 환하게 변했다.
◆철인3종(트라이애슬론·triathlon)
1978년 미 해군 소속의 콜린스 중령이 하와이에서 성행하던 와이키키 바다수영(3.9km), 하와이 도로사이클(180.2km), 호놀룰루 국제마라톤(42.195km)의 3개 대회를 한 사람이 쉬지 않고 경기하도록 제안한 데서 유래됐다. 올림픽에서는 수영 1.5㎞, 사이클 40㎞, 마라톤 10㎞의 단축 코스로 치러진다. 2000 시드니 올림픽에서 처음 정식 종목으로 채택됐고, 2008 베이징 올림픽부터 올림픽 영구 종목에 포함됐다. 남녀 하나씩 두 개의 금메달이 걸려 있다.